창조론 이야기 - 필트다운인

창조론자들의 서적이나 블로그라면 빠지지 않는 것이 필트다운인입니다. 필트다운인의 보기를 들며 '진화론의 모든 증거는 조작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여기 창조과학회처럼 말입니다(그림출처).

20세기 초까지 인류화석은 그다지 많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발견된 인류화석은 아시아나 유럽에서 주로 발견되었습니다.
자연히 인류의 발생지는 아시아 또는 유럽이라고 생각되었으며,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인류의 탄생지'라는 영예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영국에서 필트다운인이 발견되자 영국 과학계는 흥분해서 인류의 미싱링크로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무려 20년간 필트다운인은 진화론의 정설로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나 더 많은 화석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화석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에서 시작해서 전 세계로 뻗어나간 인류의 발자취를 추적할 수 있었지만, 그 속에서 필트다운인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필트다운인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필트다운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입니다.

과연 이것으로 창조론자들의 주장처럼 '진화론은 못믿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요?

첫째, 진화론을 비롯한 과학이란 그 전체가 잘 짜여진 그물과 같은 것입니다. 과학 전체가 조작이 아닌 한, 조작은 티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보기를 든 것처럼 필트다운인 같은 조작된 증거는 그 이외의 증거들로부터 얻은 결과와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만약 창조론자들 주장처럼 진화론 전체가 조작이라고 한다면 진화론은 진화론 이외의 다른 과학 - 물리학, 천문학, 지질학 등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이 때문에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을 부정하기 위해 모든 과학 전체를 부정하곤 합니다).

둘째, 필트다운인 같은 경우는 무려 20년 이상이나 '정설'로서 취급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보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자마자 재조사에 들어가 결국 조작임이 밝혀지고 말았죠. 이것은 과학의 '정화작용'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입니다. 창조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것은 진화론을 신뢰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러므로 창조론자들은 진화론을 깎아내리려 거짓말까지 해가며 애쓸 필요 없습니다. 만약 진화론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라면 과학의 자정작용에 의해 저절로 붕괴할 것입니다.
진화론자들도 진화론이 붕괴하는 것을 그다지 안타까와할 필요 없습니다. 진화론이 붕괴되고 새로이 만들어질 이론은 창조론이 아니라 진화론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이론'이 될 테니까 말입니다.

-참고 : 직립보행(Craig Stanford)



뱀발 : 필트다운인에 관한 창조과학회 기사의 일부분을 발췌하겠습니다.

1. 속임수를 위한 준비 - 작업을 위한 시간과 생각.
2. 발견의 공표 - 잃어버린 고리가 발견되었다.
3. 항의들은 무시되었다 -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그것들에 대한 비판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4. 사기극임이 폭로되다 - 과학 탐정가들이 속임수를 밝혀냈다.

저 기사만을 보면, 진화론자들이 치밀하게 준비해서 증거를 조작한 후 '학계의 권위'를 이용해서 반론들을 무시하다가, 용감한 '과학탐정가(창조론자?)'에 의해 사기극임이 폭로된 것인줄 알겠습니다.
먼저 저 조작된 화석을 만든 것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범죄가 일어난지 20년이나 지나서 알게 되었으니까요. 심지어 용의자들 중에는 셜록홈즈의 작가 코난도일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있어서도 필트다운인을 진화론자가 조작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됩니다.
또한, 위에서 말하는 '과학탐정가'들 속에 창조론자들은 없습니다. 속임수를 밝혀낸 것은 오히려 진화론자들입니다. 진화론의 잘못을 진화론자가 밝혀내서 진화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것입니다.
창조론자들은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필트다운인이 '정설' 대접을 받고 있는 동안에는 '진화론의 증거'인 필트다운인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진화론자들이 잘못을 고쳐 놓자, '옛날에 진화론자들이 잘못했었다'는 주장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죠.

댓글 2개:

  1. 헥켈의 배아사진 조작 사건은 필트다운인 사건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경우입니다.
    헥켈의 경우, 배아의 사진을 조작한것은 맞으나 제대로 된 사진으로 바꾸면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설명에 아무런 하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교재에 헥켈의 사진과 설명이 없어지지 않는것이죠.
    이것이 과학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눈으로 본 헥켈의 사건입니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좀 다르죠.
    조작사건이므로 진화론이 무조건 틀렸으니 이제 모든 진화론의 증거가 조작됬을것이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성립시키는것입니다.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또 좀 다르죠.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건 이제 상식입니다.
    이 용불용설은 진화의 메카니즘을 설명하던 엤날의 한 가설이라고 분명히 교재에 기술됩니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차 때고 포 때고 용불용설을 아직도 진화론자들이 믿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진화론이 틀렸다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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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많은 경우에 창조론자들은 과학적 사고력 아니 논리적 사고력 자체가 부족한 듯 보입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일부 조작을 가지고 진화론 전체가 거짓인 것처럼 생각한다거나 창조론의 비논리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모두 과학과 종교를 전혀 구분 못하기 때문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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