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이론과 법칙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창조론자들은 '법칙'에 대해 커다란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열역학 제 2 법칙은 완전한 진리이다. 그러므로 열역학 제 2 법칙을 위반하는 진화론은 거짓이다'
'진화론은 아직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기에 이론이다. 진화론이 완전히 증명되었다면 진화법칙이 될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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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솔의 법칙을 만들었습니다. 참솔의 법칙이란 간단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이것입니다.
과연 이 법칙이 완전한 진리일까요?
어, 그런데 저기 하늘을 떠다니는 헬륨풍선이 있네요. 저 헬륨풍선은 참솔의 법칙에 어긋나는군요.
이럴 경우, 법칙은 자신의 완벽성을 위해 조건을 추가해서 예외를 과감하게 배제해 버립니다. 즉 참솔의 법칙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의 경우,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나 새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군요. 조건을 다시 추가해야겠군요.
공기보다 무겁고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는 물체의 경우,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결국 참솔의 법칙에서 모든 물체란 사실 공기보다 무겁고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는 모든 물체란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법칙은 '법칙의 완전성'을 위해 모든 예외상황을 배제한 이론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다윈과 멘델 2에서도 언급했지만, 보일 샬의 법칙은 '법칙의 완전성'을 위해 이상기체일 경우로만 조건을 제한합니다. 그 때문에 이상기체가 아닌 일반 기체일 경우에는 보일 샬의 법칙을 정확하게 따르지 않습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역시 '법칙의 완전성'을 위해 점질량 - 모든 질량이 그 물체의 무게중심에 집중되어 있을 경우로만 조건을 제한하죠. 두 물체가 충분히 멀리 있을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지구 땅 속을 파고 들어간다거나 해서 너무 가까와지면 오차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지구 중심으로 파고들어갈 때,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중력이 ∞로 계속 증가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0으로 계속 감소합니다.
창조론자들이 좋아하는 열역학 제 2 법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때의 조건은 고립계 - 외부와 물질과 에너지 출입이 불가능한 곳에서만 성립합니다.
그런데 고립계라고 해서 또 반드시 열역학 제 2 법칙이 모든 곳에서 성립하는 것도 아니죠.
태양계 전체가 고립계라고(실제로는 고립계가 아니지만)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태양계를 다음 그림과 같이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영역과 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영역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에너지는 태양에서 지구로 흘러들기에 이 두 영역은 고립계가 아니죠. 따라서 태양계 전체가 아닌 이 두 영역에는 열역학 제 2 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습니다.



즉 이 경우(태양계 전체가 고립계일 경우)에 열역학 제 2 법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태양계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이지 지구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가 아닙니다. 그리고

태양의 엔트로피 증가량 > 지구의 엔트로피 감소량

이기 때문에 태양계 전체의 엔트로피가 증가한 것은 맞죠. 즉 열역학 제 2법칙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칙이라고 해서 무조건 아무데나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 법칙의 제한조건을 따져서 적용하지 않으면 열역학 제 2 법칙으로 진화론을 부정하는 등의 삽질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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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외상황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합니다.
참솔의 이론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를 봅시다.
하늘에 헬륨풍선과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참솔의 이론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헬륨풍선은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비행기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공중에 떠있을 수 있다.
라 설명합니다.

진화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화론의 기본은
모든 생물체는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입니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변화하지 않는 생물 같은 예외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모든 생물체는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환경변화가 없고 선택압이 없으면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이론과 법칙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진화론에서도 저런 잎벌레 같은 예외상황을 모두 배제해 버리면 진화 법칙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예외상황을 모두 설명하기 때문에 진화 이론(진화론)인 셈입니다.

댓글 9개:

  1. 파랑돌/
    열역학 2법칙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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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창조론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뭐랄까요?
      '열역학 제 2 법칙이 있는데 엔트로피가 감소한다고 주장하는 미친놈'
      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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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창조설자들은 열역학제2법칙을 가지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보일-샤를의 법칙을 이해했다면 보일-샤를의 법칙을 가지고 뭘해야 할지 알잖아요.

      법칙가지고 뭘 해야하는지 감도 못 잡았다면 그 법칙에 대해 이해를 못 한 것이고요.

      써먹지도 못 하는 것 가지고 뭘 안다고 거론을 하는 것인지...

      애초에 고립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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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창조 진화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한 학생입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이곳저곳 다니면서 글들을 일고 있습니다.
    창조론자들은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무질서도는 항상 증가해야 한다. 따라서 물질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열되고 더 나아가 더 복잡한 단계로 진화하는 건 말도 안된다! 라고 하잖아요.
    그랬더니 쥔장님께서(제가 똑바로 이해핬다면) 열역학 제2법칙은 고립계에서만 적용되는 건데, 고립계도 아닌 지구에 함부로 적용하면서 함부로 따지면 안된다! 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이 법칙은 상당 부분 성립하고 있고, 생물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세포같은 초정밀한 것이 아무리 열린계라지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저는 비판하거나 그런 마인드가 아니라 그냥 정말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 테마는 창조과학자들이 정말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는 테마잖아요. 그리고 저한테는 그럴싸하게 들리는데, 저는 이에 대해 반론할 만한 지식이나 예시 같은 게 없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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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들러주셔서 반갑습니다.
      익명님의 의문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실제로 지구에서도 전체 바다만한 공간에서 십억년에 걸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한번 일어난 일입니다.

      일단 약간의 엔트로피 감소가 지구상에서 늘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이를테면 겨울에 내리는 눈송이를 확대해 보면 정확한 정육각형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가 눈송이 하나하나를 깎아 만들지 않는 이상, 이것은 엔트로피 감소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죠.
      문제는 그 '약간의 엔트로피 감소'라는 것이 생명체를 이루는 세포 하나를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생명체의 시작은 원시세포가 아니라 '자기복제분자'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자기복제분자란 RNA처럼 스스로를 복제해서 증식할 수 있는 분자를 말하죠.
      창조론자들은 RNA가 복제하기 위해서는 효소가 필요하고, 효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RNA가 필요하다는 순환논리를 내세우지만, 이미 효소 없이 복제 가능한 RNA도 발견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RNA 같은 자기복제분자들은 일반적인 유기물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단 하나의 자기복제분자가 만들어지면 그 자기복제분자는 지구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 지구에 가득찬 자기복제분자들 중 하나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아주 약간의 효율성을 더 얻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자기복제분자로 다시 지구가 가득 차게 됩니다. 이와 같은 (생물간의 생존경쟁이 아니라) 자기복제분자들간의 생존경쟁에 의해 '보다 더 효율적인 자기복제분자'들이 진화될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화학진화'를 간단하게 설명한 것입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러한 것을 '위를 향한 미늘톱니바퀴(Ratchet Gear)'라고 표현했죠. 미늘톱니바퀴란 한쪽으로만 회전이 가능한 톱니바퀴를 말합니다.
      http://dreamy.tistory.com/1011
      즉 하나의 효율성개선이 생기면 그 효율성이 사라지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효율성이 쌓인다는 것입니다. 즉 일반적인 진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기복제분자의 증식'과 '자기복제분자들 사이의 생존경쟁'에 의해 계속 복잡한 구조의 자기복제분자 - 세포로 발전해 가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카오스 이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역시 카오스이론을 공부하고 나서 진화론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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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당신은 태양이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오류를 범하고 계십니다.
    태양은 지구의 생물이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줄 뿐이지, 진화를 이뤄내는 그런 에너지를 주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태양이 신이 되고 숭배를 받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태양은 해로운 광선을 비춰서 사람이 노화되고 죽게 하는 데도 일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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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양이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오류? 그것이 왜 오류죠? 생명은 오로지 야훼만 만들수 있다는 것인가요? 근거는 오로지 성경이고?ㅎㅎ

      [태양은 지구의 생물이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줄 뿐이지, 진화를 이뤄내는 그런 에너지를 주지 않습니다.]
      보기를 들어보죠. 어느 겨울날 추운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산장의 온도를 10도로 유지하기 위해 불을 땝니다.
      이때 산장의 온도를 10도로 올리는 에너지가 많을까요, 10도로 유지하는 에너지가 많을까요? 10도로 유지할 수 있는 에너지만 공급해도 산장의 온도는 10도에 맞춰집니다.
      [생명을 유지해주는 에너지]가 바로 [진화를 가능케 하는 에너지]죠.

      그리고 태양이 숭배를 받아야 한다... 만약 숭배를 해야 한다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야훼보다는 태양을 숭배하겠습니다.ㅎㅎ

      태양이 사람을 노화시킨다구요? 태양빛을 받지 않으면 늙지 않고 오래사시겠군요?ㅎㅎ 뭐 뼈가 약해지지 않도록 비타민 D 정제를 챙겨먹고, 우울증 걸리지 않도록 밝은 형광등 밑에서 산다면 살만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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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많이 보고 깨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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